관련뉴스
[관련뉴스] [매일경제] 한국산업의 `미드필더` 중견기업…0.04%가 수출 11% 도맡아
관리자 2013.02.01 1842
한국산업의 `미드필더` 중견기업…0.04%가 수출 11% 도맡아
 

중소→대기업 잇는 `성장 사다리`의 핵심

기업가정신 표본이지만 대·중기 이분법 지원에 샌드위치 신세로 정체





◆ 조연에서 주연으로 中企시대 ④ ◆



 

2006년 미국에 진출한 경동나비엔. 일본 기업들이 독식하고 있던 순간식 온수기 시장에서 고효율 제품으로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순간식 가스온수기 부문에서 일본 린나이에 이어 점유율 2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콘덴싱 순간식 온수기 부문에서는 60.6%로 압도적 1위다. 경동나비엔은 중국, 러시아, 유럽 등 세계 30여 국에 보일러를 수출하고 있다.



국내의 대표적인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 코스맥스는 세계 50여 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으며 중국에서는 2년 연속 최우수 화장품 기업으로 선정됐다. 이탈리아의 인터코스, 일본 콜마 등과 함께 세계 5대 화장품 ODM 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로레알, 존슨앤드존슨, 메리케이 등 글로벌 브랜드 화장품이 알고 보면 코스맥스의 작품이다.



정답은 `답 없음`이다. 두 기업은 2010년 산업발전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만 해도 대기업이었지만 지금은 중견기업으로 규정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내세운 중소기업 정책의 키워드가 `손톱 밑 가시 빼주기`였다면 중견기업 육성의 필요성을 언급한 단어는 `기회의 사다리`다. 박 당선인이 강조하는 `중소기업→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연결되는 성장의 사다리`의 핵심은 중견기업이다.



중견기업은 최근 중소기업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화두로 부각됐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중견기업 수는 1422개로 전체 기업의 0.04%에 불과하다. 수는 적지만 각종 경제지표를 살펴보면 중견기업이 미치는 강력한 파급효과를 실감할 수 있다. 중견기업의 수출액은 603억3000만달러로 전체 수출의 10.9%를 차지한다. 종업원 수도 82만4000여 명으로 전체 고용의 7.7%에 이른다. 기업당 평균 580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셈이다.



 

79600 기사의  이미지

중소기업(5인 이상 중소제조업체)의 경우 11만2897개 기업에서 228만9339명이 일해 기업당 평균 종업원 수는 20명이다. 중견기업 한 곳의 고용이 중소기업 29곳에 맞먹는 것이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연구본부장은 "대기업이나 중소기업만으로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양질의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기 위해 중견기업은 꼭 필요한 존재"라고 말했다.



오늘날 성공한 중견기업의 밑바탕에는 창업자의 기업가정신이 자리잡고 있다. 자동차를 만드는 제조기업 하나 없던 1954년 램프 제조기업 삼립자동차공업주식회사(현 에스엘)를 세운 고(故) 이해준 명예회장의 과감한 판단은 기업가정신으로밖에는 설명이 안된다. 군납으로 시작해 커지던 사업이 밀수품 때문에 위기에 처했고 동업자들이 투자를 철수하겠다고 나섰을 때 보통 사람이었다면 사업을 접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명예회장은 사재를 털어 회사를 이어 나갔다. 지금 에스엘은 세계적 차량용 램프 전문기업으로 성장했다.



차기 중견기업연합회 회장으로 내정된 강호갑 신영그룹 회장 역시 비슷하다. 가업인 선박 부품회사를 운영하던 강 회장은 1999년 외환위기의 풍파 속에서 오히려 사세를 부풀렸다.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부도 위기에 몰린 자동차부품회사 신아금속을 인수한 것. 이후 수차례 위기를 극복하면서 신영그룹은 국내를 대표하는 차체 제조기업으로 성장했고 매출은 1조원을 바라보고 있다.



조병선 숭실대 교수는 "중견기업인 중에는 유달리 기업가정신이 투철한 사람이 많다"며 "기업에 대한 열정으로 기술개발과 인적ㆍ물적 투자를 지속하는 1세대 중견기업가들의 기업가정신이 다음 세대로 잘 계승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중요한 중견기업이지만 그동안 한번도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대기업은 자체로 막강한 힘을 과시하고, 중소기업은 항상 지원과 관심의 대상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중견기업은 스스로 `샌드위치` 신세라고 한탄한다. 중소기업을 벗어나 뭔가 `큰물`에서 놀아 보려고 하면 웬만한 시장은 대기업들이 이미 장악했다. 중소기업들은 `중기적합업종` 등 보호제도를 내세우며 중견기업을 배척한다.


 



결국 중소기업-대기업의 틈바구니에서 힘든 생존 경쟁을 벌여야 한다.



표정호 중견기업학회장(순천향대 교수)은 "우리나라는 중소기업 수는 많지만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기업이 워낙 적다 보니 대기업으로 성장할 기회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국가 성장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 <용어설명>



중견기업 : 중소기업기본법상 중소기업이 아니면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대기업) 계열사도 아닌 기업. △3년 평균 매출액 1500억원 이상 △자기자본 1000억원 이상 △상시 근로자수 1000명 이상인 기업은 즉시 중견기업이 되고, 상시 근로자수 300명 이상이거나 자본금 80억원(제조업) 이상인 중소기업은 3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편입된다.



[기획취재팀 = 장박원 차장(팀장) / 홍종성 기자 / 전정홍 기자 / 정순우 기자]



 
×